25일 JTBC의 대선후보 토론회의 공공일자리 관련하여 문재인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말싸움 부분만 집중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유승민의 약점 캐묻기 

- 문재인 후보 vs. 유승민 후보 말싸움 중에서 -








첫번째 대선토론 말싸움은 유승민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공공일자리에 대해 포문을 열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공공일자리 공약의 81만개 일자리를 소요예산 4조 2천억원으로 나누면 월 40만원인데 유효하지도 않고 재정적인 측면에서 가능하지 않다는 요지였습니다.  


설왕설래가 잠시 이어지고, "유승민 후보는 17만 4천명 공무원에 9급 초봉을 줘도 1년에 4조 5천억원인데, 계산이 도저히 안맞다 이거에요"라고 밀어 붙였습니다.  그러자 문재인 후보는, "우리정책 본부장하고 토론하시는게 좋겠습니다"라고 비교적 부드럽게 발끈했습니다. 


유승민 후보는 이에 대해 "(같은 대선후보로 나온 동등한 입장에서) 나보고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라는 것은 매너가 너무 없으신거죠" 라고 거칠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손석희는 문재인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시간이 필요하면 다음번에 준비되면 대답하시라고 서둘러 차례를 돌렸습니다.  


(참고로 유사한 논쟁에 대해 홍준표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안철수 : "그러면 일자리 백십만개를 어떻게 만듭니까?"

홍준표 : "아이 그건 실무진에서 만든건데, 내가 만든거에요?  실무진에서 만든건데, 정부는 큰 틀에서 정하고, 기재부 이런데서 하는 거죠.  대통령이 뭐 일자리 갯수 세는게 대통령입니까?")


이 부분에서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디테일에 약하지 않나'하는 의구심이 들게하기 충분했습니다. 손석희가 (준비가 부족하면) 다음에 대답하시라는 멘트도 이를 뒷받침하는 데 도움을 준셈입니다.


이 후에도 유승민 후보는 수치를 포함한 세부적인 공약 부분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상대 후보가 동문서답하는 식으로 넘어가려하면, '아니요 꼭 답변해보시라' 고 푸쉬하는 장면을 여러번 보였습니다. 


일종의 논쟁 기법을 구사하고 있고 일단은 잘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질문하고 답변을 제대로 못하면 상대방이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공격하고, 답변을 하더라고 애초에 문제점이 있는 부분을 질문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점이 더 확연히 드러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유승민 식 논쟁기법이라 이름 붙이겠습니다. 


한편, 이번 대선토론회를 주관하는 JTBC에서는 카카오플러스 친구 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팩트체크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이부분에 대해서, '유 후보 측 구체적인 수치제시가 필요' 하다고 맨트를 달아 유승민 후보의 질문도 사실상 수치적으로는 정확하지 않음을 지적했습니다. 아래와 같이 올라왔습니다. 


<출처: 카카오플러스 JTBC 대선자문단 실시간 팩트체크 화면 캡쳐> 


초반에 유승민 후보는 본인도 수치적 근거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약점 캐묻기 기법'으로 문 후보가 디테일에 약한 점과 당황하는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효과적인 논쟁에 성공한 듯 보였습니다.


발언권이 심상정, 안철수, 홍준표 후보에게 넘어가 공방 후 이어진 후에 문재인 후보는 아쉬웠던 듯 반격에 나섰습니다. "유승민 후보 아까 깔끔하게 마무리가 안됐는데"라고 시작하여 공공부문 일자리가 OECD국가에 대해 태부족한 부분을 설명하며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고 이를 마중물 삼아 민간부문 일자리도 늘려야 한다는 정책을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이에 대해 유승민 후보의 정책적 대안은 무엇이냐?고 묻자, 유승민 후보는 또 다시 공공 부문 81만개 일자리에 대한 재원이 터무니 없다고 말꼬리를 잡기를 다시 보였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강한 어조로,'비방만 말고 본인 정책을 말하라'고 하자, '아니 그게 왜 비방이냐'라고 유승민 후보가 맏서는 식으로 서너차례 주고 받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전세가 잠시 뒤집어지는 형국을 보였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솜씨가 유려하지 못하고 투박하지만, 유승민 후보의 말꼬리 잡기는 격한 감정적 공방을 불러오기 직전이었습니다.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불안감을 주었습니다. 그 불안감의 책임은 유승민 후보가 더 많아 보였습니다. 홍준표 후보의 막말 처럼 '이정희 같다'는 유승민 후보의 말싸움에 문재인 후보가 동정표를 얻을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토론회에 대해  '말꼬리잡다가...정책대결은 묻혔다'는 한국경제 신문의 비판처럼, 여론의 목소리는 네가티브 말싸움 보다 정책 대결을 원하는 분위기이니까요.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 정책에 유승민 후보가 주도하셨다고 했다가 또 꼬투리를 잡힙니다.  유승민 후보가 줄푸세 정책(주1) 을 만든 사람이 지금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 있다'고  되받아 친 것입니다.  먹이감을 놓치지 않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유승민 후보의 토론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줄푸세는 2007년 유승민 후보가 박근혜 대선후보의 캠프 정책공약팀장일때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주도한 공약입니다.  유승민 후보가 주도했다고 할수도 있지만, 김광두 원장이 현재는 문재인 후보 측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두 후보의 말이 다 맞지만, 문재인 후보가 토론에서는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약점을 캐묻고, 약점을 놓치지 않고 공격하는 유승민 후보는 토론을 잘하는 논객임에 틀림없습니다. 학생 논문의 디테일 수치와 부족한 논점을 지적하는 경제학자이자 대학교수 같은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유승민 후보는 26일 오전 한국일보의 25일 대선토론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토론 역량에 대한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만, 대선 지지율 자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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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줄푸세의 정의 : 줄푸세란 세금과 정부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법질서를 바로 '세'우자는 뜻입니다.  이 구호는 유승민 후보가 2007년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정책공약팀장일때 정책이었습니다. 

Posted by 샤르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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