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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13 친구와 우정에 관한 베스트 시 모음

 

 

 

친구 

 

친구의 영향은 마치 

안개 속에서 옷이 젖는 것과 같고 

자신도 모르게 옷이 젖게 마련 

 

친구는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다 

(법정·스님, 1932-2010) 

 

 

친구 시

 

 

친구란

 

친구란!

같이 웃어 줄 사람

같이 울어 줄 사람

기쁨도 슬픔도 함께 하며

같이 싸워 줄 사람

 

친구란!

가장 귀한 재산이고

지극한 기쁨이며

애정으로 포장하고

완벽으로 줄을 맨

 

친구란!

하늘로부터의 선물

(U. 샤퍼)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사회 운동가이며 종교사상가, 1901-1989)

 

 

 

 

 

보고 싶은 친구에게 

 

보고 싶은 친구에게

친구야, 해가 저물고 있다.

어두운 불투명의 고요가 찾아오면

난 버릇처럼 너를 그린다.

너의 모습,

네가 떠난 설움처럼 그리움으로 밀려온다.

보고싶다.

내 마음 저 깊은 곳의 미완성 작품처럼

자꾸만 보고 싶은 너.

우리가 이 다음에 만날 때는 어떤 연인보다도

아름답고 다정한 미소를 나누자.

나는 너에게

꼭 필요한 친구,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가 되고 싶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야!

해가 저물고 있다.

이렇게 너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가고 있다.

 

울어 본 적 있는 친구가....

(신경숙·소설가, 1963-)

 

 

 

 

추억 속의 친구 

 

추억 속에 

얼굴로만 

남아 있던 

친구가 

 

낙엽 지던 날 

전화를 했다 

 

˝늘 보고 싶었다˝고 

˝늘 보고 싶었다˝고 

 

추억 속에 

얼굴로만 

남아 있던 

친구가 

 

눈이 오던 날 

전화를 했다 

 

˝늘 기억하고 있었다˝고 

˝늘 기억하고 있었다˝고 

(용혜원·목사 시인, 1952-)

 

 

 

 

친구에게

 

친구야

널 한 번도 미워해 본 적이 없어

나를 멀리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네가 밉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미웠어

 

이렇게 비가 오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울 땐

자꾸 네 생각이 나 

사랑보다 더 강한 것이 

우정이란 걸 넌 아니?

사랑보다 더 깊은 추억을

새겨 준 친구야

(최복현·시인, 1960-)

 

 

 

 

 

나의 친구

 

오늘도 역시 동쪽 창으로 해가 뜨고 우린 또 하루해를 맞이했지.

얼마나 좋으니

빨랫줄엔 흰 빨래가 팔랑거리듯이 우린 희망이라는

옷을 다리미질해야겠지.

 

우리 웃자 기쁜 듯이 언제나 웃자.

우린 모두 하느님이 만들어 놓은 피조물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행복을 향하여

웃음 웃어야 하는 거지.

계절이 가고 오는 이 흐르는 세월 속에 우리도

마찬가지로 얽혀 가겠지만 우리 변함없이

모든 것들을 사랑하도록 하자.

 

친구야!

너와 나 같은 세상 아래서 만나진 것만의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 서로 어깨동무를 하자꾸나.

너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까.

너의 등불이 되어 너의 별이 되어 달이 되어 너의 마스코트처럼

네가 마주보는 거울처럼 우리 서로 지켜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친구야!

우리 서로 사랑하자

우리 서로 듣기 좋고 감미로운 음악 같은 사람이 되자.

(이해인·수녀 시인, 1945-)

 

 

친구 시

 

 

 

 

우리는 친구 

 

내 친구와 나는 서로의 추억을 비교해본다.

때론 수줍어하면서도

우린 기꺼이 진실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청춘과 과거와 현재에 대하여.

 

몇 사람 있었니?

그 남자들은 모두 사랑했었니?

멋있었니? 키는 컸니?

이름도 모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래, 이해해

나도 한 사람이 있었지.

나를 성숙시켜준

그 사람은 내 영혼의 한 조각을 물어뜯어

끝내는 상처를 주었지만

 

나는 내 전부를

네게 말하고 있는 거야.

너도 내게 털어놓아 봐.

아마 우리가 사랑을 느낄 때 행복하듯이

이해받고 위로받는 기쁨을 느낄 거야.

기쁨과 슬픔 나눠가지는

우리는 친구.

(다니엘 스틸)

 

 

 

 

 

 

친구란 어떤 사람일까 

 

친구란 어떤 사람일까

내 말해주지

친구란 함께 있으면 그대 자신을 돌이키게 해주는 사람이지

친구란 함께 있으면 그대에게 순수한 영혼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지

그대가 더 나아지는 것도 못해지는 것도 원치 않는 사람이지

함께 있으면 그대에게 무죄를 선고받은 죄수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지

친구란 그대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대의 천성적인 모순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지. 

함께 있으면 자유로이 숨쉴 수 있는 사람이지

그대에게 약간의 허영심과 질투와 미움과 사악한 기질이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주는 사람이지.

그대의 결점을 털어놓아도 그것들을 마음에 새기지 않고 

그의 마음속에 있는 충심의 바다에 풀어버리는 사람이지 

그는 그대를 이해해 주지 그대는 그대에게 조심하지 않아도 되지 

그대는 그대를 욕해도 되고 소홀히 해도 되고 용서해 주어도 되지 

이 모든 것을 통해 그는 그대를 보고 알고 사랑하지 

친구? 친구가 어떤 사람이냐구? 바로 이런 사람

한번 더 말하지만 함께 있으면 그대 자신을 돌이키게 해주는 사람이 

친구지

그러나 친구의 가장 좋은 점은 그와 함께 침묵을 지킬 수도 있다는 거지 

그래도 문제될 것은 없지. 그는 그대를 좋아하니까

그는 뼈를 깨끗이 씻어주는 불과도 같지. 그는 그대를 이해해주지

그는 그대를 이해해주지 그대는 그와 함께 울고 그와 함께 노래하고 

그와 함께 울고 그와 함께 노래하고 그와 함께 웃고 그와 함께 기도

할 수도 있지 

(제임스)

 

 

 

 

 

 

 

벗의 노래

 

홀로는 이슬 하나의

무게도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작고 여린 꽃잎들이

 

층층이 포개어지고 

동그랗게 모여 

이슬도, 바람도 너끈히 이긴다

 

하나의 우산 속에

다정히 밀착된

두 사람이

 

주룩주룩 소낙비를 뚫고

명랑하게 걸으며

사랑의 풍경을 짓는다

 

가파르게 깊은 계곡과

굽이굽이 능선이 만나서

산의 너른 품 이루어

 

벌레들과 새들과 짐승들

앉은뱅이 풀들과 우람한 나무들

그 모두의 안식처가 된다

 

나 홀로는 많이 외로웠을 생(生)

함께여서 행복한 

 

참 고마운 그대여,

나의 소중한 길벗이여

(정연복·시인, 1957-)

 

 

 

 

 

 

친구

 

빙긋이 웃으며 

내미는 네 손 

말없이 잡았다 

 

너는 왼손으로 

내 가슴을 툭 치고 

나는 네 백 마디의 질책보다 

가슴이 더 아프다 

 

무슨 말이라도 하면 

변명이라도 할 것인데, 

너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옥경운·시인, 경남 거제 출생) 

 

 

 

 

 

친구

 

오랜 침묵을 건너고도 

항상 그 자리에 있네 

 

친구라는 이름 앞엔 

도무지 세월이 흐르지 않아 

세월이 부끄러워 

제 얼굴을 붉히고 숨어 버리지 

 

나이를 먹고도 

제 나이 먹은 줄을 모른다네 

 

항상 조잘댈 준비가 되어 있지 

체면도 위선도 필요가 없어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웃을 수 있지 

애정이 있으되 묶어 놓을 이유가 없네 

사랑하되 질투할 이유도 없네 

 

다만 바라거니 

어디에서건 너의 삶에 충실하기를 

마음 허전할 때에 

벗이 있음을 기억하기를 

신은 우리에게 고귀한 선물을 주셨네 

우정의 나뭇가지에 깃든 

날갯짓 아름다운 새를 주셨네 

(홍수희·시인)

 

 

 

 

 

친구에게

 

나무가 네게 걸어오지 않고서도

많은 말을 건네주듯이

보고 싶은 친구야

그토록 먼 곳에 있으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너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겨울을 잘 이겨냈기에

즐거이 새 봄을 맞는

한 그루 나무처럼 슬기로운 눈빛으로

나를 지켜주는 너에게

오늘은 나도 편지를 써야겠구나

 

네가 잎이 무성한 나무일 때 

나는 그 가슴에 둥지를 트는

한 마리 새가 되는 이야기를

 

네가 하늘만큼 나를 보고 싶어할 때

한 편의 시로 엮어 보내면

너는 너를 보듯이 나를 생각하고

나는 나를 보듯이 너를 생각하겠지?

 

보고 싶은 친구야!!

(이해인·수녀 시인, 1945-)

 

 

 

 

 

 

친구 

 

좋은 일이 없는 것이 불행한 게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것이 다행한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이나 원망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더러워진 발은 깨끗이 씻을 수 있지만 

더러워지면 안 될 것은 정신인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투덜대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자기 하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은 

실상의 빛을 가려버리는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발길질이나 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천양희·시인, 1942-)

 

 

 

 

친구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누가 몰랐으랴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끼리도 

끝까지 함께 갈 순 없다는 것을... 

 

진실로 슬픈 것은 그게 아니었지 

언젠가 이 손이 낙엽이 되고 

산이 된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언젠가가 

너무 빨리 온다는 사실이지 

미처 숨돌릴 틈도 없이 

온몸으로 사랑할 겨를도 없이 

 

어느 하루 

잠시 잊었던 친구처럼 

홀연 다가와 

투욱 어깨를 친다는 사실이지 

(문정희·시인, 1947-)

 

 

 

 

 

친구가 된다는 것 

 

친구가 된다는 것은 

작은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꽃병에 꽃을 꽂는 일은 

사소한 일에 불과하나 

방의 분위기를 환히 살려 놓을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듯,

친구가 된다는 것은 

이런 작은 일에서 고마움을 느끼고 

아껴주는 마음을 간직하는 거예요.

 

친구가 된다는 것은 

수학처럼 골치가 아프지도 않고 

과학처럼 딱딱하지도 않은 

가을날 은행잎을 주워 책갈피에 꽂는 

아리따운 소녀의 감성 같은 거예요.

언제나 가장 좁은 간격에 서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 그것이 

친구가 된다는 거예요. 

(이동식·시인, 1966-)

 

 

 

 

 

우정

 

내 가슴속에

결코 지워지지 않는 글씨 하나 있다

과수원을 하는 경숙이 집에 놀러갔다가

아기 주먹만한 크기의 배의 가슴에다

머리핀으로 가늘고 조그맣게 쓴 글씨

맑은 햇살에

둥글게 둥글게 배가 커질 때마다

커다랗게 자란 글씨

우정

(정호승·시인, 1950-)

 

 

 

 

우정

 

등덩굴 트레이스 밑에 있는 세사발

손을 세사 속에 넣으면 물기가 있어 차가웠다.

왼손이 들어있는 세사위를 바른 손바닥으로

두들기다가 왼손을 가만히 빼내면

두꺼비집이 모래 속에 작은 토굴같이 파진다.

손에 묻은 모래가 내 눈으로 들어갔다.

영이는 제 입을 내 눈에 갖다대고 

불어주느라고 애를 썼다.

 

한참 그러다가 제 손가락에 묻었던 모래가 

내 눈으로 더 들어갔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영이도 울었다. 둘이서 울었다.

어느 날 나는 영이 보고

배가 고프면 골치가 아파진다고 그랬다.

"그래 그래" 하고 영이는 반가워하였다.

그때같이 영이가 좋은 때는 없었다. 

(피천득·수필가, 1910-2007)

 

 

 

 

 

우정

 

구름은 봉우리에 둥둥 떠서

나무와 새와 벌레와 짐승들에게

비바람을 일러주고는

딴 봉우리에 갔다가도 다시 온다

 

샘은 돌 밑에서 솟아서

돌을 씻으며

졸졸 흐르다가도

돌 밑으로 도로 들어갔다가

다시 솟아서 졸졸 흐른다

 

이 이상의 말도 없고

이 이상의 사이도 없다

만물은 모두 이런 정에서 산다

(김광섭·시인, 1905-1977)

 

 

 

 

 

 

철길

 

친구야, 생각해보게나. 

철길 말일세. 

두 개의 선이 나란히 가고 있지 

가끔씩 받침대를 두고 말일세. 

다정한 연인들 같다고나 할까?

수많은 돌들은 그들이 남긴 이야기고 말일세. 

그 철길 위로 열심히 달리는 기차를 

생각해보게나 

두 선로는 만날 수 없네.

그러나 가는 길은 똑같지. 

어느 쪽도 기울어져서는 안되지. 

거리 간격이 언제나 똑같지 않았나. 

언제나 자리를 지켜주는 것을 보게나. 

 

친구야! 

우리의 우정은 철로일세. 

물론 자네가 열차가 되고 싶다면

할 수 없네. 그러나 열차는 한 번 지나가지만 

철길은 언제나 남는 것이 아닌가?

열차가 떠나면 언제나 아쉬움만 남지. 

 

친구야, 우리의 길을 가세.

철길이 놓이는 곳에는 길이 열리지 않나. 

(용혜원·목사 시인, 1952-)

 

 

 

 

 

 

 

우정이란 

 

어쩌면 사랑보다 더 깊은 것

그러나 결코 사랑은 아닌 것

분명 서로가 좋아하면서도

사랑할 수는 없는 것

사랑한다 말하면

깨져 버리는 것

 

그러나 분명 사랑보다 더 친밀한 것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

사랑하는 이에겐 못한 말도 할 수 있는 것

 

언제나 진실해야 하고

서로가 평등한 것

서로가 믿어야 하고

아주 작은 것도 서로 나누는 것

 

그러므로 우정이란 마음을

서로가 나누어야 하는 것

(최복현·시인, 1960-)

 

 

 

 

 

 

우정은 가장 위대한 사랑

 

우정은 가장 위대한 사랑 

우정은 우리의 슬픔을 가라앉히고 

우리의 분노를 식혀주고

우리의 억압을 풀어주고

우리의 재난을 구해주고 

우리의 생각을 의논해주고 

우리의 명상을 일깨워 준다.

친구가 그대보다도 더 명예롭게 되고 

더 명성을 얻게 되고 

더 재능 있고 학식이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진심으로 노력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참된 우정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더 많이 사랑할수록 

우리는 더욱더 훌륭해진다.

우리의 우정이 깊어갈수록 

신은 더욱 우리를 사랑하신다.

당신은 우정으로써 

가장 위대한 사랑과 가장 위대한 가치와 

가장 기탄 없는 대화와 

가장 참된 진심을 모두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용감한 남녀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마음의 결속을 나타낼 수 있다. 

(제임스)

 

 

 

 

 

우정 

 

우정은 편안함이다. 

생각을 가늠하거나 말을 판단할 필요가 없는 

그런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안전함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이다.

있는 그대로를 전부 드러내 보이며 

농담하고 웃을 수 있는 사람,

충실하고 다정한 손을 내밀며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을 지켜주고

안도의 숨으로 나머지 것들을 날려보낸다.

(앤드루 코스텔로) 

 

 

 

 

 

 

 

우정일기

 

1

내 마음속엔 아름다운 굴뚝이 하나 있지.

너를 향한 그리움이 하얀 연기로 피어오르다 

노래가 되는 너의 집이기도 한 나의 집.

이 하얀 집으로 너는 오늘도 들어오렴, 

친구야.

 

2

전에는 크게, 굵게 쏟아지는 소낙비처럼 

한꺼번에 많은 것을 이야기하더니 

지금은 작게, 가늘게 내리는 이슬비처럼 

조용히 내게 오는 너. 

네가 어디에 있든지 너는 

쉬임없이 나를 적셔준다.

 

3

소금을 안은 바다처럼 

내 안엔 늘 짜디짠 그리움이 가득하단다.

친구야. 

미역처럼 싱싱한 기쁨들이

너를 위해 자라고 있단다.

파도에 씻긴 조약돌을 닮은 

나의 하얀 기도가 빛나고 있단다.

 

4

네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구나. 

네 대신 아파줄 수 없어 안타까운 내 마음이

나의 몸까지도 아프게 하는 거

너는 알고 있니? 

어서 일어나 네 밝은 얼굴을 다시 보여주렴. 

내게 기쁨을 주는 너의 

새 같은 목소리도 들려주렴.

 

5

내가 너를 보고 싶어하는 것처럼 

너도 보고 싶니, 

내가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처럼 

너도 좋아하니,

나를 알면서도 언제나 다시 묻는 말

우리가 수없이 주고받는 

어리지만 따뜻한 말 

어리석지만 정다운 말

 

6

약속도 안 했는데 똑같은 날 편지를 썼고,

똑같은 시간에 전화를 맞걸어서 

통화가 안되던 일, 생각나니

서로를 자꾸 생각하다보면

마음도 쌍둥이가 되나보지

 

7

'내 마음에 있는 말을 네가 다 훔쳐가서 

나는 편지에도 더 이상 쓸 말이 없다'며 

너는 종종 아름다운 불평을 했지 

오랜만에 네게 편지를 쓰려고 

고운 편지지를 꺼내놓고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무슨 말을 쓸거니 

어느새 먼저 와서 활짝 웃는 너의 얼굴

몰래 너를 기쁘게 해주려던 내 마음이 

너무 빨리 들켜버린 것만 같아서 나는 더 이상

편지를 쓸 수가 없구나

(이해인·수녀 시인, 1945-)

 

 

 

 

 

한 그루의 우정 나무를 위해  

 

우리가 한 그루 우정의 나무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선

한결같은 마음의 성실성과 참을성, 사랑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나친 고집과 독선, 교만과 이기심은 좋은 벗을 잃어버리게 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정성스럽고 진지한 자세로 깨어 있어야 한다.

 

나와는 다른 친구의 생각을 불평하기보다는 배워야 할 점으로 받아들이고,

그의 기쁨과 슬픔을 늘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을 지니자.

그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늘 흔연히 응답할 수 있는 민감함으로 달려가자.

가을 열매처럼 잘 익은 마음, 자신을 이겨내는 겸허함과 기도의 마음으로 우정의 나무를 가꾸자.  

(이해인·수녀 시인, 1945-) 

 

 

 

 

우정

 

연인들의 사랑이

장미꽃이라면

 

벗들의 우정은

들꽃 같은 것

 

장미꽃은 눈부시지만

어느새 검게 퇴색하여도

 

들꽃은 볼품없어도

그 향기 은은하다

 

사랑의 맹세는

아스라이 물거품 되어도

 

우정의 언약은

길이길이 변함없는 것

 

사랑이 떠나

슬픔이 밀물 지는 때에도

 

우정은 남아

말없이 생명을 보듬는다

(정연복·시인, 1957-)

 

 

 

 

우정(友情)

 

철 따라 꽃은 피고 지더라도

쉬이 변치 않고

 

뜨거운 사랑의 맹세보다도

더 깊고 오래가는 것   

 

이 세상 끝날까지

해도 하나 달도 하나이듯

 

세월의 강 너머  

유유히 흐르는 바다.

 

언젠가 우리 맘속에

터잡은 그날부터 

 

변덕스러운 세파에도

처음의 빛 바래지 않고

 

고통과 시련 앞에서

더욱 참되고 견고해지는

 

날로 소중히 여겨지는 

생명의 기둥 같은 것. 

 

너와 나의 

아름다운 우정. 

(정연복·시인, 1957-)

 

 

 

 

 

친구에게 

 

어느 날 네가 메마른 들꽃으로 피어 

흔들리고 있다면 

소리 없이 구르는 개울 되어 

네 곁에 흐르리라. 

 

저물 녘 들판에 혼자 서서 네가 

말없이 어둠을 맞이하고 있다면 

작지만 꺼지지 않는 모닥불 되어 

네 곁에 타오르리라.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가 

누군가를 위해 울고 있다면 

손수건 되어 네 눈물 닦으리라. 

 

어느 날 갑자기 

가까운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 내게 온다면 

가만히 네 손 당겨 내 앞에 두고 

네가 짓는 미소로 위로하리라. 

(김재진·시인, 1955-)

 

 

 

 

친구에게

 

친구야

너는 나에게 별이다.

하늘 마을 산자락에

망초꽃처럼 흐드러지게 핀 별들

그 사이의 한 송이 별이다.

 

눈을 감으면

어둠의 둘레에서 돋아나는

별자리 되어

내 마음 하늘 환히 밝히는

기쁠 때도 별이다.

슬플 때도 별이다.

 

친구야

네가 사랑스러울 땐

사랑스런 만큼 별이 돋고

네가 미울 땐

미운 만큼 별이 돋았다.

 

친구야

숨길수록 빛을 내는 너는

어둔 밤에 별로 떠

내가 밝아진다.

(박두순·시인, 1950-)

 

 

 

 

친구

 

오랜 침묵을 건너고도 

항상 그 자리에 있네 

 

친구라는 이름 앞엔 

도무지 세월이 흐르지 않아 

세월이 부끄러워 

제 얼굴을 붉히고 숨어 버리지 

 

나이를 먹고도 

제 나이 먹은 줄을 모른다네 

 

항상 조잘댈 준비가 되어 있지 

체면도 위선도 필요가 없어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웃을 수 있지 

애정이 있으되 묶어 놓을 이유가 없네 

사랑하되 질투할 이유도 없네 

 

다만 바라거니 

어디에서건 너의 삶에 충실하기를 

마음 허전할 때에 

벗이 있음을 기억하기를 

신은 우리에게 고귀한 선물을 주셨네 

우정의 나뭇가지에 깃든 

날갯짓 아름다운 새를 주셨네 

(홍수희·시인)

 

 

 

 

 

보고 싶은 친구에게 

 

보고 싶은 친구에게

친구야, 해가 저물고 있다.

어두운 불투명의 고요가 찾아오면

난 버릇처럼 너를 그린다.

너의 모습,

네가 떠난 설움처럼 그리움으로 밀려온다.

보고싶다.

내 마음 저 깊은 곳의 미완성 작품처럼

자꾸만 보고 싶은 너.

우리가 이 다음에 만날 때는 어떤 연인보다도

아름답고 다정한 미소를 나누자.

나는 너에게

꼭 필요한 친구,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가 되고 싶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야!

해가 저물고 있다.

이렇게 너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가고 있다.

 

울어 본 적 있는 친구가....

(신경숙·소설가, 1963-)

 

 

 

 

 

 

친구에게

 

친구야

널 한 번도 미워해 본 적이 없어

나를 멀리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네가 밉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미웠어

 

이렇게 비가 오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울 땐

자꾸 네 생각이 나 

사랑보다 더 강한 것이 

우정이란 걸 넌 아니?

사랑보다 더 깊은 추억을

새겨 준 친구야

(최복현·시인, 1960-)

 

 

 

 

 

 

친구 

 

좋은 일이 없는 것이 불행한 게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것이 다행한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이나 원망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더러워진 발은 깨끗이 씻을 수 있지만 

더러워지면 안 될 것은 정신인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투덜대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자기 하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은 

실상의 빛을 가려버리는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발길질이나 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천양희·시인, 1942-)

 

 

 

 

 

 

쓸모 없는 친구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무슨 용건이 있어서

만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빚 갚을 돈을 빌려주지도 못하고

승진 및 전보에 도움이 되지도 못하고

아들 딸 취직을 시켜 주지도 못하고

오래 사귀어 보았자 내가

별로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는 오래 전에 눈치챘을 터이다

만나면 그저 반가울 뿐

서로가 별로 쓸모 없는 친구로

어느새 마흔 다섯 해 우리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김광규·시인, 1941-)

 

 

 

 

 

 

한 둘 

 

이만큼 살다보니 

함께 나이 든 친구 한 둘 

뭐 하냐 밥 먹자 

전화해주는 게 고맙다 

 

이만큼 살다보니 

보이지 않던 산빛도 한 둘 

들리지 않던 풍경소리도 한 둘 

맑은 생각 속에 자리잡아 가고 

 

아꼈던 제자 한 둘 

선생님이 계셔 행복합니다 

말 건네주는 게 고맙다 

(허형만·시인, 1945-)

 

 

 

 

 

친구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누가 몰랐으랴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끼리도 

끝까지 함께 갈 순 없다는 것을... 

 

진실로 슬픈 것은 그게 아니었지 

언젠가 이 손이 낙엽이 되고 

산이 된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언젠가가 

너무 빨리 온다는 사실이지 

미처 숨돌릴 틈도 없이 

온몸으로 사랑할 겨를도 없이 

 

어느 하루 

잠시 잊었던 친구처럼 

홀연 다가와 

투욱 어깨를 친다는 사실이지 

(문정희·시인, 1947-)

 

 

 

 

 

 

외로운 벗에게

 

고독하십니까, 

운명이옵니다 

 

몹시 그립고 쓸쓸하고, 외롭습니까, 

운명이옵니다 

 

어이없는 배신을 느끼십니까, 

운명이옵니다 

 

고립무원, 온 천하에 홀로 

알아주는 사람도 없이 계시옵니까 

그것도 당신의 운명이옵니다 

 

아, 운명은 어찌할 수 없는 

전생의 약속인 것을 

그곳에 그렇게 

민들레가 노랗게 피어 있는 것도 

이곳에 이렇게 

가랑잎이 소리 없이 내리는 것도 

(조병화·시인, 1921-2003)

 

 

 

 

 

 

우리는 친구 

 

내 친구와 나는 서로의 추억을 비교해본다.

때론 수줍어하면서도

우린 기꺼이 진실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청춘과 과거와 현재에 대하여.

 

몇 사람 있었니?

그 남자들은 모두 사랑했었니?

멋있었니? 키는 컸니?

이름도 모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래, 이해해

나도 한 사람이 있었지.

나를 성숙시켜 준

그 사람은 내 영혼의 한 조각을 물어뜯어

끝내는 상처를 주었지만

 

나는 내 전부를

네게 말하고 있는 거야.

너도 내게 털어놓아 봐.

아마 우리가 사랑을 느낄 때 행복하듯이

이해받고 위로받는 기쁨을 느낄 거야.

기쁨과 슬픔 나눠 가지는

우리는 친구.

(다니엘 스틸)

 

 

 

 

 

 

친구란 어떤 사람일까 

 

친구란 어떤 사람일까

내 말해 주지

친구란 함께 있으면 그대 자신을 돌이키게 해주는 사람이지

친구란 함께 있으면 그대에게 순수한 영혼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지

그대가 더 나아지는 것도 못해지는 것도 원치 않는 사람이지

함께 있으면 그대에게 무죄를 선고받은 죄수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지

친구란 그대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대의 천성적인 모순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지 

함께 있으면 자유로이 숨쉴 수 있는 사람이지

그대에게 약간의 허영심과 질투와 미움과 사악한 기질이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사람이지

그대의 결점을 털어놓아도 그것들을 마음에 새기지 않고 

그의 마음속에 있는 충심의 바다에 풀어버리는 사람이지 

그는 그대를 이해해 주지 그대는 그대에게 조심하지 않아도 되지 

그대는 그대를 욕해도 되고 소홀히 해도 되고 용서해 주어도 되지 

이 모든 것을 통해 그는 그대를 보고, 알고 사랑하지 

친구? 친구가 어떤 사람이냐고? 바로 이런 사람

한번 더 말하지만 

함께 있으면 그대 자신을 돌이키게 해주는 사람이 친구지

그러나 친구의 가장 좋은 점은 그와 함께 침묵을 지킬 수도 있다는 거지 

그래도 문제될 것은 없지. 그는 그대를 좋아하니까

그는 뼈를 깨끗이 씻어주는 불과도 같지. 그는 그대를 이해해주지

그는 그대를 이해해주지 

그대는 그와 함께 울고 그와 함께 노래하고 

그와 함께 울고 그와 함께 노래하고 

그와 함께 웃고 그와 함께 기도할 수도 있지 

(제임스)

 

 

 

 

 

 

서울 사는 친구에게

 

세상 속으로 뜨거운 가을이 오고 있네

나뭇잎들 붉어지며 떨어뜨려야 할 이파리들 떨어뜨리는 걸 보니

자연은 늘 혁명도 잘하구나 싶네

풍문으로 요즈음 희망이 자네 편이 아니라는 소식 자주 접하네

되는 일도 되지 않는 일도 없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싶거든, 이리로 한 번 내려오게

기왕이면 호남선 통일호 열차를 타고 찐계란 몇 개

소금 찍어 먹으면서 주간지라도 뒤적거리며 오게

금주의 운세에다 마음을 기대보는 것도 괜찮겠고,

광주까지 가는 이를 만나거든 망월동 가는 길을 물어봐도 좋겠지

밤 깊어 도착했으면 하네, 이리역 광장에서 맥주부터 한잔 하고

나는 자네가 취하도록 술을 사고 싶네

삶보다 앞서가는 논리도 같이 데리고 오게

꿈으로는 말고 현실로 와서 걸판지게 한잔 먹세

어깨를 잠시 꽃게처럼 내리고, 순대국이 끓는

중앙시장 정순집으로 기어들 수도 있고, 레테라는 집도 좋지

밤 12시가 넘으면 포장마차 로진으로 가 꼼장어를 굽지

해직교사가 무슨 돈으로 술타령이냐 묻고 싶겠지만

없으면 외상이라도 하지, 외상술 마실 곳이 있다는 것은

세상이 아직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뜻 아니겠는가

날이 새면 우리 김제 만경 들녘 보러 가세

지평선이 이마를 치는 곳이라네, 자네는 알고 있겠지

들판이야말로 완성된 민주대연합이 아니던가

갑자기 자네는 부담스러워질지 모르겠네, 이름이야 까짓것

개똥이면 어떻고 쇠똥이면 어떻겠는가

가을이 가기 전에 꼭 오기만 하게

(안도현·시인, 1961-)

Posted by 샤르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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