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 논문 중 한편에서 기혼자들의 만남을 중개해주는 사이트인 애슐리매디슨 사이트에 가입한 남성 8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사람들은 29살에서 30살로 넘어갈 때나 39살에서 40살로 넘어가는 등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 시점에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10년 주기로 불륜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시사한 것이다.



뉴욕대학교(NYU) 스턴 경영대학원과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 연구진은 애슐리매디슨에 가입한 남성 800만 명 가운데 29세, 39세, 49세, 59세 등 나이가 ‘9’로 끝나는 남성이 95만 명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막연한 추측(expected by chance)’에 비해 18% 높은 숫자였다. 여성 가입자 데이터도 살펴본 연구진은 남성만큼 뚜렷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패턴을 찾아냈다.


연인이나 부부 관계 연구에서 외도는 가장 복잡하고 가장 모호한 분야 가운데 하나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불륜을 저지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불륜에 대한 개념 정의도 사람들마다 다르다. 심지어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배우자나 연인 이외의 상대와 성관계를 가진 경우로 좁은 의미로 정의 내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비밀을 공유하거나 추파를 던지는 등 정서적인 부정행위까지 포함시켜 넓은 의미로 규정하는 이들도 있다.

일단 확실히 해둘 것은, 성적・정서적으로 서로에게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어긴다면, 불륜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커플마다 약속의 범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약속을 어긴 당사자가 가장 정확하게 자신이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불륜을 넓게 정의할수록 불륜은 흔해진다. 사람들은 기혼자가 배우자가 아닌 상대와 얼마나 자주 성관계를 갖는가를 제일 궁금해한다. 퍼듀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저스틴 르밀러 박사는 기혼자 5명 가운데 1명 또는 4명 가운데 1명은 성적 부정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래들리 쿠퍼와 데이트를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든가, 직장동료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썸’을 타는 등 누구나 한 번쯤은 바람을 피울 생각은 해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내가 바람을 피울 위험이 혹시 있지는 않은지 궁금했던 적이 있는가? 전문가들은 불륜을 저지를 위험 징후 6가지를 정리했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은 대체로 6가지 징후 가운데 한 가지 이상에 해당된다고 한다.


남성이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더 높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샌버나디노 캠퍼스 심리학과 부교수인 켈리 캠벨 박사는 “테스토스테론이 위험 인자”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캠벨 박사는 성별(性別) 격차가 예전에 비해서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불륜의 의미를 넓게 정의할수록 격차는 좁아진다. 이전 세대들에 비해, 요즘 여성들은 소득과 권력이 많아졌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바람을 피우려면 돈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덕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쉬워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람을 피우는 이유는 성별에 따라 다른 경향이 있다고 한다.

2007년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소재 채프먼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LA 캠퍼스 연구진은 성인남녀 6만 명(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양성애자)에게 불륜에 관한 질문 100가지 이상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남성들의 경우, 배우자(또는 연인)와의 성관계가 불만족스러워서 바람을 피웠다는 대답이 주류를 이뤘다.

이 논문의 주저자인 채프먼대학교 건강심리학과 부교수인 데이비드 프레데릭 박사는 “남성들은 성적 흥분과 성적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성들은 정서적으로 불만족스러워서 바람을 피웠다는 답이 많았다. 프레데릭 박사는 “여성들은 자신이 아직 사랑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안심시켜주는 상대와 사랑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배우자나 연인이 다른 상대와 성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에 남성들이 더 분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성들은 배우자나 연인이 ‘감정적인 배신’을 한다는 사실에 더 분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성적 행동 아카이브(Archives of Sexual Behavior)’ 1월호에 실렸다.


35세 이하 또는 50세 이상일수록

나이가 ‘9’자로 끝나는 사람만 바람을 피울 위험이 높은 것이 아니다. 중년 남녀는 시간과 에너지의 여유가 많지 않아, 불륜에 빠질 위험이 낮다.

캠벨 박사는 “35세에서 50세 사이 남녀는 커리어와 육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 연령대보다 낮거나 높아야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기회가 많을수록

연구진은 이를 ‘환경적인 위험 요인’이라고 부른다. 주변에 매력적인 사람들이 많은가? 도시에 살고 있는가? 일터에서 장시간을 보내는가? 배우자를 남겨두고 혼자 여행이나 출장을 자주 다니는가?



모두 불륜에 빠질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직장동료 한 명 또는 여러 명과 긴밀하게 협력해서 일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승진도 바람피울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한 번 피운 사람은 또 피울 확률이 높다?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애초에 왜 바람을 피웠는가에 따라서 답은 달라진다.

바람을 피운 이유가 관계 자체보다는 개인에게 있을 경우, 다시 바람을 피울 위험이 높아진다. 관계에 대해 불만이 있어서 불륜을 저지른 경우에는, 또 바람을 피울 위험이 전자만큼 높지는 않다.

배우자나 연인 가운데 한 명 또는 둘 다 바람을 피운 경우라면? 부모님의 외도로 고통 받은 사람일수록, 배우자에 대한 신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는 성향 등 외도에 취약한 성격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았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런 성격을 타고난 사람은) 부모가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외도는 살다 보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심지어 불륜에 장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불행한 결혼생활로부터 엄마가 구원받았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관계에 불만이 많을수록

연구진은 관계에 대한 불만을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불행한 결혼생활이나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해서 다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외도할 확률을 높이는 위험 요인은 관계에 대한 불만 말고도 굉장히 많다.

불륜과 관계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개념이다. 관계가 불만스러워서 바람을 피울 수도 있지만, 바람을 피워서 관계가 불행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생활에 만족하는 사람은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낮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성적 만족도는 관계의 만족을 결정짓는 중요한 하위 범주 가운데 하나다. 프레데릭 박사는 성인남녀 6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서 ‘나는 파트너와의 관계에 만족한다’는 문장에 얼마나 동의하냐고 물었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40%가 바람을 피운 반면, ‘매우 동의한다’고 답한 10%만이 바람을 피웠다. ‘나는 파트너와의 성생활에 만족한다’는 문장에 얼마나 동의하냐고 물었을 때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자기애가 강하고 스릴을 추구하는 성격일수록

5가지 성격 모델(성실성, 친화성, 개방성, 외향성, 신경성) 가운데 두 가지 모델은 외도와 관련이 있다. 친화성(타인의 감정을 잘 배려하고 친절함)과 성실성(신뢰할 수 있고 자제력 있음) 카테고리에서 점수가 낮은 사람일수록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퍼듀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저스틴 르밀러 박사는 주장했다.

자기애가 강하거나(자기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음) 감각을 추구하는 성향(스릴과 위험한 활동에 희열을 느낌)이 있는 것도 외도 위험을 높이는 성격적인 요소다.


파트너에게 헌신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commitment-phobe)도 있다. ‘회피성(avoidant)’ 성격 유형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외도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네이선 드월 켄터키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설명했다.

“(이런 유형인 사람들에게) 불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나쁜 것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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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샤르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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