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복제품이라는 오해와 하마마쓰에서 탄생한 DOHC 8밸브 V트윈의 이야기
효성 미라쥬 250을 알아보다 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미라쥬 250은 스즈키 엔진을 사용했다.”
또는 조금 더 나아가 “스즈키 엔진을 복제해서 만든 바이크다”라는 이야기다.
효성이 과거 스즈키와 오랫동안 기술제휴 관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얼핏 들으면 상당히 그럴듯하다.
그러나 1990년대 국내 신문기사와 당시 효성의 기술개발 방향, 초기 해외 홍보자료와 모터사이클 전문매체의 기록을 시간순으로 연결해 보니 실제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현재까지 확인한 자료를 종합하면 미라쥬 250은 특정 스즈키 250cc 엔진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한 모델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스즈키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기술을 축적했던 효성이 일본 업체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 브랜드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개발한 모델이며, 핵심인 250cc V트윈 엔진은 일본 하마마쓰의 연구개발 조직에서 일본 모터사이클 업계 R&D 경력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참여해 설계한 엔진이라는 쪽에 자료가 모이고 있었다.
Chapter 1. 시작은 스즈키와의 기술제휴였다
효성 모터사이클의 초기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스즈키를 빼놓을 수는 없다.
효성은 1970년대 후반부터 스즈키의 모터사이클 기술을 도입해 국내에서 오토바이를 생산했다.
따라서 1980년대 효성 오토바이의 생산기술과 엔진 기술에는 일본 스즈키의 영향이 상당히 컸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효성의 전략이 달라졌다.
단순히 일본 업체의 기술을 받아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는 독자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당시 효성기계 김정순 사장은 인터뷰에서 일본 기술에 의존하는 모델은 수출에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체 개발한 독자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효성이 1990년부터 독자모델 개발에 본격적으로 주력해 왔다고 직접 설명했다.
자료 링크: 1997년 매일경제 김정순 효성기계 사장 인터뷰
당시 국내 이륜차 시장은 규모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효성 입장에서는 수출이 회사의 성장을 위해 중요했다.
즉 미라쥬 개발의 큰 배경에는 단순히 새로운 250cc 바이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일본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브랜드로 해외에 진출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Chapter 2.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기술독립
미라쥬 프로젝트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1995년 서울모터쇼에서 효성기계가 내세운 중요한 슬로건 가운데 하나가
“독자모델 개발을 통한 기술자립”
이었다.
당시 효성은 DOHC 엔진을 장착한 125cc 엑시브를 기술력을 보여주는 대표 모델로 내세웠으며, KAIST와 공동 개발한 300cc급 모터사이클 콘셉트도 공개했다.
자료 링크: 1995 서울모터쇼 효성기계 기술자립 관련 한국경제 기사
1996년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효성은 독자개발한 125cc 크루즈와 50cc급 슈퍼캡의 제조기술을 콜롬비아와 브라질 등으로 수출하려 했다.
특히 효성 관계자는 과거 스즈키로부터 제작기술을 도입했지만 당시에는 한 모델을 제외한 나머지 모델을 독자개발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의 약 95%를 국산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료 링크: 1996년 한국경제 효성기계 독자개발 및 제조기술 수출 기사
1997년에는 국내 업체들이 혼다·스즈키 등 일본 업체에 기술을 의존했기 때문에 해외진출에 제약이 있었지만 이제 독자기술을 확보하면서 해외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다는 기사도 등장했다.
자료 링크: 1997년 한국경제 '일본 의존 탈피' 기사
따라서 미라쥬 개발 직전 효성의 상황은 상당히 명확했다.
스즈키 기술도입
→ 자체 기술 축적
→ 독자모델 개발
→ 기술 국산화
→ 해외 기술수출
→ 독자 브랜드 해외진출
이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Chapter 3. 기존 크루즈보다 크고 강한 크루저가 필요했다
당시 효성에는 이미 125cc급 아메리칸 스타일 바이크인 크루즈(Cruise)가 있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점차 더 크고 강한 크루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은 추측이 아니라 2000년 미라쥬 125 출시 당시 효성이 직접 밝힌 개발 배경에서도 확인된다.
효성은 기존 크루즈 시리즈를 생산하면서 소비자들이 대형화와 고출력화를 선호한다는 요구를 반영해 힘과 승차감을 강화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자료 링크: 2000년 매일경제 '효성기계 미라쥬125 시판' 기사
이것이 미라쥬 프로젝트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였다.
단순히 아메리칸 스타일 외장을 씌운 125cc 바이크가 아니라, 실제 엔진 성능과 승차감에서도 상위 등급의 느낌을 주는 크루저를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Chapter 4. 왜 단기통이 아니라 V형 2기통이었을까?
125~250cc급 바이크라면 단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간단했다.
부품 수가 적고 제작비도 낮으며 엔진 크기도 작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효성은 훨씬 복잡하고 비싼 V형 2기통 구조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미라쥬가 목표로 했던 상품성과 관련이 있었다.
V트윈은 크루저라는 장르에 어울리는 엔진 형태였고 두 실린더를 사용함으로써 단기통보다 동력 발생 간격을 세분화할 수 있었다. 또한 배기 시스템을 양쪽으로 배치해 대형 크루저와 비슷한 외관을 만들기에도 유리했다.
실제로 2000년 출시된 미라쥬125는
2실린더
2카뷰레터
2머플러
구조를 묶어 “2×2×2 시스템”이라고 홍보했다.
효성은 흡배기 효율을 개선하면서 저진동·저소음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즉 V트윈은 단순히 멋을 위한 선택만은 아니었다.
대형 크루저의 외관과 감성 + 소배기량에서 필요한 출력 + 부드러운 주행감
을 동시에 얻기 위한 선택이었다.
Chapter 5. 그런데 왜 크루저에 굳이 DOHC 8밸브를 넣었을까?
여기서 미라쥬 250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크루저는 높은 엔진 회전수에서 최고출력을 뽑아내는 것보다 낮은 RPM에서 충분한 토크를 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250cc 크루저에 굳이 복잡한
DOHC + 실린더당 4밸브 + V트윈
구조를 사용할 이유가 있었을까?
자료를 살펴보면 효성이 추구했던 것은 단순한 저회전형 250cc 크루저 엔진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였다.
5-1. 작은 배기량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했다
250cc라는 배기량에서 대형 크루저와 비슷한 차체를 움직이려면 문제가 하나 생긴다.
배기량 자체가 작기 때문에 낮은 회전수에서 발생시킬 수 있는 절대적인 토크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출력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엔진이 더 높은 RPM에서도 효율적으로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혼합기를 실린더 안으로 넣고 연소가스를 빠르게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이때 2밸브보다 4밸브 구조가 유리해진다.
흡기밸브 두 개와 배기밸브 두 개를 사용하면 밸브 하나를 지나치게 크게 만들지 않으면서 전체 밸브 개구 면적을 확보할 수 있다.
즉 고회전 영역에서도 엔진의 흡배기 능력을 유지하기 쉬워진다.
5-2. DOHC는 고회전에서 밸브를 정확하게 제어하는 데 유리했다
DOHC는 흡기와 배기 캠샤프트를 각각 두는 구조다.
복잡하고 제작비도 높지만 밸브 배치와 작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
특히 4밸브 헤드와 조합하면 높은 RPM에서 필요한 흡배기 성능을 확보하기 좋았다.
효성의 당시 GV250 기술자료도 이 점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GV250의 DOHC, 실린더당 4밸브 구조와 트윈 다운드래프트 미쿠니 카뷰레터가 높은 체적효율(volumetric efficiency)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자료 링크: Just Bikes - GV250 엔진 개발 및 기술 설명
자료 링크: Total Motorcycle - 2005 GV250 당시 기술자료 보존본
5-3. '체적효율'이 중요한 이유
체적효율은 쉽게 말하면 엔진이 자신의 배기량에 비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기와 혼합기를 실린더 안으로 빨아들이는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250cc라는 작은 엔진에서 높은 출력을 얻으려면 배기량 자체를 늘릴 수 없으므로 제한된 실린더 용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4밸브 헤드
DOHC
트윈 다운드래프트 카뷰레터
효율적인 연소실
을 조합했다.
이것이 미라쥬 250 엔진이 일반적인 소배기량 크루저 엔진보다 스포츠 바이크에 가까운 기술구성을 갖게 된 중요한 이유였다.
Chapter 6. 단순히 DOHC 8밸브만 적용한 것도 아니었다
초기 GV250 기술자료를 보면 효성이 이 엔진을 상당히 야심차게 개발했다는 흔적이 더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roller-bearing camshafts
dual-squish combustion chambers
two-piece spring-dampened bevel silent primary drive gears
였다.
특히 당시 자료는 롤러 베어링 캠샤프트와 듀얼 스퀴시 연소실 같은 기술이 과거에는 레이싱 엔진에서 사용됐지만 비용 때문에 소배기량 일반 도로용 엔진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링크: GV250의 초기 엔진 기술 설명 - Just Bikes
6-1. Roller-bearing camshaft
캠샤프트 회전부의 마찰을 줄이는 것은 고회전 엔진에서 의미가 있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캠샤프트도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에 밸브트레인의 마찰과 안정적인 작동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이 구조 역시 단순한 저회전 크루저보다는 높은 RPM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엔진을 염두에 둔 설계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6-2. Dual-squish combustion chamber
스퀴시 영역은 피스톤이 상사점에 가까워질 때 혼합기를 연소실 중심 쪽으로 빠르게 밀어내 난류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적절히 설계하면 연료와 공기의 혼합 및 연소 진행을 개선할 수 있다.
작은 배기량에서 높은 효율과 출력을 얻으려는 엔진에서는 이러한 연소실 설계가 상당히 중요하다.
6-3. Twin downdraft Mikuni carburetors
각 실린더에 독립적인 카뷰레터를 두고 다운드래프트 흡기 구조를 사용한 것도 흡기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었다.
결국 이 모든 기술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250cc라는 작은 배기량에서 가능한 한 많은 공기를 효율적으로 흡입하고, 빠르게 연소시키고, 높은 RPM까지 안정적으로 회전시켜 필요한 출력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Chapter 7. 그래서 미라쥬 250 엔진은 '크루저의 탈을 쓴 스포츠형 엔진'에 가까웠다
이렇게 보면 미라쥬 250의 독특한 엔진 성격이 설명된다.
대형 크루저처럼 2,000~4,000rpm의 강력한 토크만으로 느긋하게 달리는 엔진을 축소해 만든 것이 아니었다.
작은 249cc 배기량의 한계를 높은 흡배기 효율과 높은 회전수로 보완하는 방향이었다.
그래서 외형은 전형적인 아메리칸 크루저였지만 엔진 기술은 당시의 스포츠형 소배기량 엔진과 상당히 가까웠다.
이후 같은 엔진 계열이 GT250과 GT250R 같은 스포츠/로드 모델에 적용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엔진의 기본 성격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GT250R 관련 기술자료에도 똑같이 DOHC 8밸브, 트윈 미쿠니 카뷰레터, 롤러 베어링 캠샤프트, 듀얼 스퀴시 연소실 등의 특징이 기록돼 있다.
자료 링크: Hyosung GT250R 엔진 기술자료
Chapter 8. 125cc V트윈이 먼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확인되는 자료를 시간순으로 보면 250보다 먼저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125cc V트윈이었다.
1999년에는 2기통 V트윈으로 출력을 높인 125cc 신형 모델의 출시계획이 알려졌고, 2000년 2월에는 미라쥬125가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미라쥬125는 기존 크루즈 고객들이 원했던 대형화와 고출력화 요구를 반영한 모델이었다.
자료 링크: 2000년 미라쥬125 출시 당시 기사
따라서 공개자료상으로는
기존 Cruise
→ 신형 V-twin 125 프로젝트
→ Mirage 125 / Aquila 125
→ 249cc V-twin GV250 / Mirage 250
이라는 흐름이 가장 자연스럽다.
다만 125를 완성한 후 250 개발을 시작했다는 뜻은 아니다.
두 배기량의 개발이 상당 기간 병행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2000년 무렵에는 250cc 엔진 역시 완성단계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Chapter 9. 250cc V트윈은 어디에서 개발됐을까?
이 질문에서 중요한 장소가 하나 등장한다.
일본 하마마쓰(Hamamatsu)였다.
후대에 보존된 GV250 기술자료에는 상당히 명확한 설명이 있다.
효성의 250cc V트윈 엔진은 일본 하마마쓰에서 설계됐으며 개발팀은 과거 일본의 주요 모터사이클 제조사 R&D 부서에서 근무했던 엔지니어들로 구성됐다고 기록했다.
자료 링크: Just Bikes - Hyosung GV250 Hamamatsu 개발 기록
자료 링크: Total Motorcycle - GV250 Hamamatsu 개발 관련 자료
효성이 1980년대 중반 무렵 하마마쓰에 자체 R&D 거점을 설립했다는 효성 부품 유통망의 회사 연혁 자료도 남아 있다. 다만 이 자료는 후대의 회사 역사 소개이므로 당시 신문기사보다 보조자료로 보는 것이 안전하다.
자료 링크: Hyosung 역사와 Hamamatsu R&D 소개
Chapter 10. 왜 하필 하마마쓰였을까?
이것 역시 상당히 흥미롭다.
하마마쓰는 일본 모터사이클 산업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이며 무엇보다 Suzuki의 본거지다.
따라서 그 지역에는 엔진과 모터사이클 개발 경험을 가진 기술인력이 많이 존재했다.
후대의 650cc 엔진 개발사를 취재한 미국 Motorcyclist의 기사에서도 효성이 이미 하마마쓰에 R&D 센터를 가지고 있었으며 관련 경험을 가진 현지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했다고 설명한다.
자료 링크: Motorcyclist - Hyosung Hamamatsu R&D 개발 역사
이 기사는 650cc 엔진을 중심으로 설명한 것이므로 이를 그대로 GV250 개발팀의 인적 구성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별도의 GV250 자료가 250cc 엔진 역시 하마마쓰에서 일본 모터사이클 업체 R&D 경력자들이 설계했다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두 기록은 효성이 당시 일본 현지의 엔지니어링 인력을 활용했던 개발방식을 이해하는 데 서로 보완적인 자료가 된다.
Chapter 11. 그러면 전직 스즈키 엔지니어들이 만든 것일까?
이 부분은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는
“Former Suzuki engineers designed the Hyosung engine.”
이라는 이야기가 상당히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현재 확인한 비교적 초기의 자료는 개발팀을
“engineers who had previously worked in the R&D teams of the Japanese motorcycle companies”
라고 표현한다.
또 다른 자료에서는
“some of the big Japanese motorcycle companies”
라고 기록했다.
즉 일본 주요 모터사이클 제조사 R&D 출신 엔지니어들이라고 했지, 이 자료들 자체가 전원을 “전직 Suzuki 엔지니어”라고 특정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스즈키 출신 개발자가 포함됐을 가능성과 개발팀 전체가 스즈키 출신이었다고 확정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Chapter 12. '스즈키 엔진 복제품'이라는 오해는 어떻게 생겼을까?
여기까지 자료를 연결하면 이 오해가 생긴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효성이 원래 스즈키 기술로 오토바이를 생산했다.
↓
독자개발을 위해 일본에 R&D 거점을 운영했다.
↓
그 장소가 Suzuki의 본거지인 Hamamatsu였다.
↓
일본 모터사이클 업체 R&D 경력자들이 엔진 개발에 참여했다.
↓
후대 자료 일부에서 이를 Suzuki 출신 개발자로 설명했다.
↓
인터넷에서는 다시
“Suzuki 출신 엔지니어가 개발했다”
↓
“Suzuki 기술을 사용한 엔진이다”
↓
“Suzuki 엔진을 복제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단순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한 당시 국내 기사와 초기 해외자료에서는 GV250의 249cc 엔진이 특정 Suzuki 250cc 엔진을 라이선스 생산했거나 그대로 복제했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1995~1997년 당시 효성의 공식적인 방향은 일관되게 기술자립과 독자모델 개발이었다.
Chapter 13. GT250 엔진을 미라쥬에 넣었다는 설명도 순서가 반대다
후기 GV250을 설명하는 글에서는 종종
“GT250R의 엔진을 크루저에 넣었다.”
라고 표현한다.
두 모델이 같은 249cc V트윈 DOHC 8밸브 계열을 공유하기 때문에 후기 모델만 보면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초기 개발사를 보면 GV250/Aquila 계열이 먼저 등장했다.
따라서 역사적 흐름은
GT250 → GV250
보다는
Aquila/Mirage V-twin 프로젝트
↓
GV250 / Mirage 250
↓
GT250 / Comet
↓
GT250R
로 엔진 플랫폼의 적용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GT250 계열에서도 하마마쓰에서 개발된 같은 250cc V트윈의 기술적 특징이 반복해서 설명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Chapter 14. 그렇다면 미라쥬 250을 실제로 만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여러 자료와 특허까지 추적했지만 현재까지
“미라쥬 250 총괄 개발책임자 ○○○”
라고 한 사람의 이름을 특정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1차 자료는 발견하지 못했다.
따라서 특정 일본인 또는 한국인 엔지니어 한 명을 “미라쥬 250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로서는 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현재 자료가 보여주는 모습은 한국과 일본의 개발조직이 역할을 나눈 팀 개발에 가까웠다.
한국의 효성기계가 독자 브랜드와 새로운 고성능 크루저라는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일본 하마마쓰의 R&D 조직에서는 일본 모터사이클 업계의 연구개발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250cc V트윈 엔진의 설계에 참여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249cc
75도 V-twin
DOHC
8 valves
twin downdraft Mikuni carburetors
roller-bearing camshafts
dual-squish combustion chambers
air/oil cooling
이라는 당시 소배기량 크루저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엔진이었다.
Chapter 15. 미라쥬 250을 다시 보게 되는 이유
결국 미라쥬 250은 단순히 일본 크루저를 저렴하게 흉내 낸 국산 바이크라고 보기에는 꽤 흥미로운 개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효성은 스즈키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모터사이클 생산기술을 축적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일본 기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 브랜드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크루즈보다 크고 강한 크루저가 필요했다.
250cc라는 제한된 배기량에서 충분한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통 대신 V트윈을 선택하고, 여기에 DOHC 8밸브와 고효율 흡배기 시스템을 적용했다.
특히 단순히 크루저다운 저회전 토크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작은 배기량의 한계를 높은 체적효율과 높은 회전수로 극복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래서 미라쥬 250은 겉모습은 클래식한 아메리칸 크루저였지만 그 안에는 스포츠 모터사이클에 가까운 기술적 사고방식으로 개발된 엔진이 들어가게 됐다.
그리고 그 250cc V트윈은 이후 GT250과 GT250R까지 이어지는 효성의 중요한 엔진 플랫폼이 됐다.
현재까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라쥬 250은 누가 최초 개발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면 특정 개인의 이름보다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해 보였다.
“미라쥬 250은 스즈키 엔진의 단순 복제품이 아니라, 일본 기술에 의존하던 생산업체에서 독자 모터사이클 제조사로 전환하려던 효성기계가 기획하고, 일본 하마마쓰의 R&D 조직에서 일본 모터사이클 업계 경력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250cc V트윈 엔진 설계에 참여해 완성한 독자 크루저였다.”
미라쥬 250의 의미는 바로 이 부분에 있었다.
스즈키와의 기술제휴가 없었다면 효성의 기술 축적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술을 계속 받아서 생산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동안 습득한 기술과 일본의 전문 엔지니어링 인력을 이용해 자체 엔진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던 시기의 결과물이 미라쥬 250이었다.
그렇게 보면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미라쥬 250은 단순히 오래된 250cc 국산 크루저가 아니라, 한국 모터사이클 산업이 일본 기술의 라이선스 생산에서 독자 엔진 설계로 넘어가던 과도기를 보여주는 꽤 의미 있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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