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운동을 해야겠다고, 산에 간다고 한다.  노고산에서 북한산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었고 주말에 가보자는 말을 하긴 했었다.  유튜브에서 노고산 정상에서 백 패킹하는 영상도 봤었다. 와이프는 혼자 다녀오겠다고 일요일 정오경에 급 옷을 갈아입고 배낭을 챙겨서 현관문을 나서고 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같이 가겠다는 아들과 따라나섰다. 흔한 풍경이 됐다.  

고양시에서 은평 뉴타운 쪽으로 네비가 인도하는 데로 차를 몰아가니 도로 표지판 너머로도 북한산 풍경이 장엄하다. 

 

고양시에서 노고산에 오르는 산행은 흥국사로 가는 길이 가장 빠르다. 

 

송추 IC 쪽으로 좌회전 해서 조금 가다가 흥국사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한다. 좁은 창릉천 지류를 지나는 짧은 다리를 건넌다.

 

 

흥국사를 통해서 노고산을 오르는 길을 찾기 어렵다는 블로그를 몇 개 봤는데, 그래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만 늘어놓고 어디로 가면 된다는 정보를 찾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위 사진을 특별히 찍어봤다. 흥국사 주차장(무료)에 차를 대 놓고 바로 위 쪽에 갓 지은 왼쪽 사찰 건물을 끼고 올라가면 된다. 

 

 

올라가는 길에 왼쪽으로 보이는 흥국사 풍경이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흥국사 대웅전에 절 하고 가려고 했는데, 힘들어서 가자는 소리도 못했다.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위와 같은 표지판이 보인다. 우리는 흥국사 둘레길 1코스 전체를 돌아보고 노고산 정상으로 향하기로 했다. 흥국사 둘레길을 따라 쭈욱 걸으니 급경사도 좀 있고 등산은 몇 해 만인지라 숨이 턱까지 금세 차올랐다. 

 

흥국사 둘레길을 따라 걷다보니 다시 흥국사로 내려가는 '흥국사 둘레길' 표시와 노고산 정상 가는 길 표시가 친절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노고산 정상까지 1.8키로 라는...  지금 한 삼 십분 급경사는 뭐였지... 정상까지 올라가 보니 왕복 두 시간이라는 어떤 사이트에서 본 정보는 평균적인 산행속도인 것 같다. 우리는 어린 아들과 같이 가니 최소 세 시간은 생각했어야 했다.  

 

조금만 올라가도 북한산 전경이 보인다.  올라가는 동안 시원한 전망이 계속 나와서 지루한 줄 몰랐다. 

 

 

노고산 올라가는 길은 능선길이 잠깐 잠깐 나타난다. 양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급경사 구간 능선길 사이로 걸어가는 아찔한 재미가 있다. 양 쪽 옆은 보지 못하고 오로지 앞만 보고 앞서 걸어가는 저 여인은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소나무 숲 사이로 북한산 백운대가 '짠' 하듯이 모습을 보인다. 

 

드디어 정상이다. 생각보다 훨씬 넓직하다. 어떤 유튜버가 북한산을 등지고 텐트로 숙박을 펼쳐 보이던 그곳 맞는 것 같다. 그 비디오에는 노고산 비석이 안 보였다. 

 

 

그런데 사실 높이로 따지면 여기가 노고산 정상이 아니다. 위쪽으로 더 높은 지대가 있다. 군부대 건물이 들어서 있다. 당황스러워했던 걸까... 사진에서 북한산 자락 왼쪽 끝에 보이는 하얀 돌산 봉우리가 사패산이다. 

 

초미세먼지가 약간 있어서 그런지 희뿌였게 나온 북한산 전망은 아쉽다. 한가운데 보이는 봉우리들이 인수봉과 백운대, 원효봉이다. 원효봉은 혼자서 곧바로 올라가는 코스를 타다가 한번 혼쭐이 난 적이 있다. 경사가 너무 가파른데 바위도 아니고 모래 같은 구간이 있어서 잠깐 동안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북한산 저 넘어 어디쯤에 대학교 때 산악부에 다니던 친구와 같이 가서 하루 밤 자던 바위가 있을 텐데 정확히 어디인지 기억하지 못해서 참 아쉽다. 서울 시내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고, 평평한 바위가 콘크리트 건물 바닥처럼 널찍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 가기 위해 아찔한 절벽을 건너 갔던 기억이 있다.  텐트도 없이 친구 셋이서 맨바닥에 침낭만 덮고 누워 맨눈으로 밤하늘에 별들을 보면서 잠들었었다. 그 친구는 대학 졸업 후에 먼 곳으로 취업해서 연락을 해본 적이 없다.  찾아서 연락해서 물어볼까 싶다.

 

 

아들과 엄마는 북한산을 뒤로하고 노고산 정상에서 손을 꼭 잡는다. 

 

6살 아들은 세시간 남짓한 산행을 잘도 걸었다. 노고산에 전에 가보았다면 아들을 데려갈 엄두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내려올 때는 길을 잘 못 들었다. 더 빠른 길일까 하고 삼송역의 직원들이 매달았을 법한 '삼송역'이라고 써진 리본을 따라 한참 내려오니 2차선 도로가 나왔다. 이름이 중고개길이다. 북한산을 우러러보는 경치가 만점인 동네이다.  중간중간에 조경이 일색인 집들도 구경할 만하였다. 

Posted by 샤르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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