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5천 원어치를 자동 옵션으로 구매했다. 한 5억 원쯤 받으면 뭘 할까 생각해 본다. 요즘은 당첨돼도 집 한 채 살 돈도 안된다. 작은 커피숍을 열까... 차를 바꾸고...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운전대를 잡고 스마트폰 거치대의 스크린을 터치해 윌라 오디오 북을 열었더니, '마늘밭에서 900억을 캔...'이라는 소설을 홍보 콘텐츠가 떴다. 바로 눌러듣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듣던 책은 잠시 미뤄두고.

마늘밭에서 900억을 캔 사나이 (윌라 오디오 북 홈페이지 캡쳐)

 마늘밭에서 900억이 생기는 초반 과정이 순식간에 전개된다. 심지어 900억을 캐서 택배차로 실는 과정은 현장감이 살아 있다. 1톤 봉고차 모양의 택배 박스 트럭에 5만원권이 담긴 박스를 몇 개나 싣을 수 있는지 들으면서 따라서 같이 계산해 본다. 흥분된다.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 지금 내 차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뇌의 한쪽 부분이 알아서 무의식적으로 운전하고 있고 나의 정신은 온전히 900억을 캐는 이야기에 빠져 있다. 심지어 900억을 쫓는 악당들은 서로 싸우다가 모두 죽어버려서 주인공은 이제 걸릴 것도 없다. 그 돈을 잘 쓰고 살면 된다. 나도 좀 그래봤으면 좋겠다. 주인공은 돈세탁을 하러 부산대 근처에 작은 커피숍을 연다. 탁월한 선택이다. 매출을 부풀려서 현금을 통장에 야금야금 집어넣으면 공식적인 부가 축적될 것이다.  

 

며칠간 운전할 때마다 들으니 순식간에 50편을 다 들었다. 아... 다음 주를 기다려야 한다. 작가는 상당한 문학가이다. 아직까지는 다른 웹소설에 비하여 비교적 진짜(?) 소설책으로 만나도 이질감이 없을 것 같다. 톨스토이인가 문학작품을 인용하는 부분도 있다. 다만, 중간에 '급식충'이야기는 좀 옆으로 새는 느낌이 강하다. 작가 자신이 '촉법소년'들에게 시달린 경험이 있었던지 분노가 리얼하게 들린다. 

 

연재 50회 즈음을 듣고 있는데, 주인공 박민혁은 아직까지는 괜찮다. 이제 그 돈의 출처와 관련된 재벌가의 녹음 음성을 듣게 되면서 서서히 복선이 깔리고 있다. 900억을 캐서 작은 가게를 열어서 돈세탁하는 부분이 다시 생각해도 리얼하다. 작가의 수준에서나 주인공의 수준에서나 나와 같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정도로 돈 세탁하는 방법 이상은 꾸며내기 힘들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소설은 더 이상 이야기할게 없어지겠지... 주인공을 잡으러 서서히 밀려드는 거대한 그물망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완결되지 않은 소설을 읽지 않았었다. 지금처럼 다음 주 연재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말려드는 것이 싫었는데...

Posted by 샤르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