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언론과 인터넷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 1차,2차,3차 산업혁명처럼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변화가 실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파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돼지몰이 하듯이 대중을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는데 암묵적으로 합의한 학계,언론계,산업계 고수들이 지어낸 또 다른 '마케팅 용어'인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지 않을 까?
과거 산업혁명들도 당시에는 산업혁명이라고 느끼지 못하다가 세월이 흘러 혁명과 같은 변혁기를 지나옴을 되돌아보고 산업혁명이라고 이름을 붙였었다. 아직 새로운 혁명을 돌아 볼만한 또는 느낄 수 있을 만한 시점이 도래했을 까? 빅데이터 같은 경우도 사실 이를 주도하는 IT기업들이 마케팅하는 정도 만큼 실생활에 아직은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터에, 마침 최근 내한한적이 있는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을 읽고 '4차 산업혁명' 이라는 표현의 유의미성을 저자가 기술한 '기술적인 분류' 영역에서 생각해 보았다.
클라우스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의 근거로 속도, 범위와 깊이, 시스템의 충격의 세가지를 들었다.
첫째, 속도에 있어서 1,2,3차 산업혁명과 비교하여 4차 산업혁명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며 전개하고 있다.
둘째, 기계화 산업화 혁명은 서구 선진 문명국가에 치중하여 진행되었던 반면에 4차산업혁명은 그 범위과 깊이가 넓고 깊다. 개인과 기업, 사회와 경제 전분야에서 디지털 기술혁신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가'에 대한 혁명을 넘어서 전세계의 구성원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개인과 사회에게 동시에 '우리는 누구인가'에 질문을 던지는 혁명이다.
세번째 4차혁명의 근거는 시스템간의 충격이다. 국가간 경계가 정보와 사물과 재화의 이동측면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 더나아가 산업간에 융합은 다른 표현으로 시스템간의 충격을 수반하는 변화이다.
4차혁명의 메가트랜드는?
클라우스 슈밥은 물리학,생물학이 디지털 기술과 함께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메가트랜드라고 주장한다. 물리학과 디지털, 생물학의 혁신적인 기술을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지만 상호 융합되어 있다. 물리학 영역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부분은 드론을 위시로한 무인운송수단과 3D 프린팅 기술, 첨단로봇공학, 신소재 분야이다. '드론 택배서비스'와 같은 무인운송수단은 자율주행자동차 등 여객 물류 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할만하다.
3D프린팅은 개인화되고 맞춤생산이 가능하다. '대량 생산' 이라는 혁명의 측면으로 볼 수도 있었던 1~3차 산업혁명의 방식과는 반전이 있는 혁명이랄까. 기술집약도가 높아 대량으로 생산을 했을때만 완성도가 높았던 제품들을 3D프린팅은 커스텀화 해서 소량으로 만들어 볼수 있다. 대량생산의 반대 방향이라는 측면에서 '발전된 회귀적 산업혁명' 분야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첨단 로봇공학은 싸잡아서 4차 산업혁명으로 분류되는 감이 없지 않다. 로봇이 생물학적 구조를 가지는 생체 모방형으로 발전해 가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과 기계의 유기적인 협업이 눈앞에 잡힐 듯한 미래에 가까이 오는 정도는 되어야 4차 산업혁명에 끼워 줄수 있지 않을 까?
신소재 분야도 마찮가지이다. 자가치유 소재, 형상기억합금 등 스마트 소재활용 제품, 강철보다 200배 강한 나노소재, 재활용이 가능한 열경화성 소재 들도 저자는 물리학 기술분야의 4차 산업혁명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에는 거리감이 있는 분야이다.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는 RFID등의 사물인터넷과 은행/핀테크분야에서 화두인 블록체인, 플렛폼만 제공하는 온디맨드(on demand) 경제를 4차 산업혁명 분야로 꼽고 있다.
RFID를 예로 들어 물류분야에서 배송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e-commerce를 통해 소비자가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일상에 유통구조가 단순화되는 등 혁명적인 혁신이 일고 있나고 있는 것은 동의한다. 그러나 아직도 기술발전과 확산이 지지부진한 RFID를 예로 든 것은 혁명의 기술적인 근거에 대한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RFID'는 철지난 구식 마케팅 용어이고, 이제는 IOT, 사물인터넷으로 기술트렌드를 대변하는 깃발들이 다 바뀌었질 않았는가.
비트코인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분야에 의하면 중앙데이터처리 방식의 은행이 필요없다. 모든 거래자(사용자)가 암호화된 모든 거래 원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국가와 중앙에 있는 은행당국이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미래에는 금융거래 뿐만아니라 각종 관공서 증명, 보험청구, 증권 거래 등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가능해 질 것이라고 4차산업혁명의 금융서비스 트렌드를 예상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부분도 아직 혁명의 시작이라고는 동의하기 힘들다. 국가 권력의 금융통제가 현격히 약화되는 기술이 보편화 되기에는 아직 장애물이 많다.
국가 권력과 중앙은행의 금융통제가 불편한 면도 있지만 아직까지 거래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대안이 없지 않을 까. 비트코인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 전세계 금융권이 대항마로 급조한 블록체인 기술을 4차 산업혁명의 카테고리에 싸잡아 넣어버리는 것은 혁명에 대한 이론적이고 포괄적인 근거들을 두루뭉술하게 포장하고 디테일은 대충 얼버무리는 학자적 귀차니즘일 수도 있다.
재화나 서비스를 소유하지도 보유하지도 않고 장사하는 플렛폼 비즈니스인 우버나, 에어비엔비 등은 4차혁명의 범위에 들어갈 만하다. 공급자가 아닌 사람들이 자신이 소유한 자산과 정보와 서비스를 쉽고 자유롭게 공급할 수 있는 '온디맨드 주문형 경제'의 혁명은 이미 거리에서, 스마트폰 속에서, 주택가에서 사람들의 삶에 파고들고 있다.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없는 우버와 카카오택시가 콜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컨텐츠를 생산하지 않는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지인과 공유하고, 집한채 없는 에어비엔비에 남은 방을 내놓아 숙박을 받는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활성화될 혁명적인 조짐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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