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정의로움은 지나치면 잔인해진다
박근혜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김수남 총장은 송대 시인 소동파의 말을 인용하여 "인자함은 지나쳐도 화가 되지 않지만, 정의로움은 지나치면 잔인해진다"고 퇴임사의 말을 열었습니다. 재판의 미덕은 공정에 있고, 수사의 미덕은 절제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 출처 : 중앙일보 동영상 캡쳐>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자비로움과 잔인함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자비로움과 잔인함에 대해 논한 부분이 있습니다. 군주가 잔인하게 여겨지기보다 자비롭다고 여겨져야하지만, 자비로움의 미덕을 잘못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한 이탈리아 군주를 예로 들며, 그의 잔인함이 로마냐 지방에 질서와 통합을 가져와서 평화로운 곳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합니다. 반면, 피렌체 사람들이 잔인하다는 평판을 피하기 위해 피스토이아가 멸망하는 것을 방치했던 일을 생각하면, 그 잔인함이 차라리 자비로운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군주는 백성들을 통합하고 충성스럽게하는 일에서는 잔인하다는 악명을 두려워하지 말아야한다. 군주는 몇 가지 잔인한 행동을 보임으로써, 지나친 자비로움의 결과 살인과 약탈을 일으키는 무질서가 가속되도록 방치하는 군주보다 훨씬더 자비로운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무질서를 방치하는 것은 전체 공동체에 해를 입히는 것이지만, 군주에 의한 처형은 단지 특정한 개인들에게만 해를 입히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잔인함과 자비로움이 결과적으로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정의로움이 지나친 잔인함이 국정농단과 부패의 원흉을 끝까지 파헤쳐 국가에 선을 가져온다면, 결과적으로는 국민에게 자비로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정윤회 문건 파동이 처음 세상에 드러났을때, 검찰이 더 철저하게 수사했더라면 초기에 박근혜 정부의 권력비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조국 신임 민정수석도 말한바 있습니다.
정의로와야 할때 너무 인자했고, 수사의 미덕이라고 한 '절제'가 과했던 것은 아닐까요. 김수남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일 당시 14년에 정윤회 문건과 당시 십상시 국정 농단에 근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또 미르/ K스포츠 재단 의혹이 처음 불거질 때는 검찰총장 취임 이후 였으며, 언론의 계속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로 배당하는 '절제의 미덕' 모드를 지속해왔습니다.
초기에 부패를 엄단하지 못하고 국정농단을 초래한 책임이 있는 검찰총장이 퇴임하면서, 절제가 수사의 미덕이라는 것은 자기 변명으로 들리고,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해진다'는 것은 검찰개혁을 살살해 달라는 말로 들립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고위층의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안태근)검찰국장은 수사팀장들에게 70만원에서 1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했고 (이영렬)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과장 2명에게 1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했다고 언론에 보도된바 있는 사건입니다.
청와대 측은 검찰의 '특수활동비'까지 언급하며, 정의롭다 못해 잔인할 지도 모를 검찰 개혁을 예고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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